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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re] 못만들기 체험 수기 올립니다~

2012.02.26 21:30

김혜정 조회 수:1395

사진을 먼저 올려주시고 글을 요청하시니 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지난 2월 16일에 3학년 아이들 16명과 시훈, 해성 어머님, 그리고 최옥경 선생님과 함께
파주 헤이리에 있는 화성공장에 못을 만들러 갔습니다.
차를 대절하여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게  뒤에서 준비하고 수고하여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차갑고 센 겨울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날이라 불을 피우는 것도 좀 걱정이 되고
아이들이 추위속에서 작업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잠깐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저의 기우였답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패는 일에서부터 아이들은 두 손을 걷고 나서서
어찌나 즐겁고 열심히 일을 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는 어른들도 절로 신이 났습니다. 
화로 위에 장작을 켜켜이 쌓고 불을 붙인 뒤 전기 풀무가 바람을 불어넣으니
약해지던 불이 살아나며 얼마나 강해지는지, 보고 있던 아이들은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불을 피워놓고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 못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아이들의 관심의 열기는 무척이나 대단했답니다.
설명해주시는 화성공장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서도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수업시간에 배웠던 모루니 풀무니 하는 도구들의 이름, 담금질,,, 같은 작업과정도
잘 알고 있어서 곧잘 대답하는 아이들이 어찌나 대견하던지요.
쇠가 녹기 위해 필요한 불의 온도가 몇 도인지 아이들은 아마도 이제는 잊지 않을 텐데요.
저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1390도가 바로 그 온도라지요.
신우는 돌아와서 쓴 글에 그 온도의 불빛을 잊지 않겠다고 썼습니다 .
그리고 멋진 그림도 곁들여놓았지요.

짜장면을 먹겠다는 아이들에게 힘을 써야 하니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여
모두 밥을 먹인 뒤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세 모둠으로 나뉘어 옛날 대장간처럼 한 사람은 달군 쇠를 잡고
나머지 너댓 사람은 망치질을 하며 못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팀웍이 좋은지 선생님도 감탄을 하셨지요.
여기저기서 깡깡거리며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강한 불꽃을 일렁이며 타오르는 석탄불....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일을 했습니다.

망치질에 따라서 점점 뾰족해지는 쇠를 보며 단단했던 쇠가
뜨거운 불을 만나 물렁거리는 쇠로 변하는 과정이 마치 연금술처럼
놀랍기만 했던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못을 자신이 다듬어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못 머리를 만드는 일을 해야 했는데 다시 못 머리를 달구어
구멍에 꽂아놓고 발갛게 타오르는 해처럼 빛나는 둥근 머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망치질을 해서 만들어야 했지요.
선생님은 이 눈부시게 빛나는 붉은 쇠의 빛깔을 잊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의 빛깔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또한 그 무엇에도 열정적으로 덤벼드는 우리 3학년의 빛깔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했던 견학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고
내일도 학교 가지 말고 또 여기에 오자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지요.
어쩌면 8학년이 되면 우리는 더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다시 대장간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만족하며 발길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느 순간 아이들이 창밖을 보라고 소리쳤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눈부시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아직 하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선생님, 해예요. 해!"
그 해는 조금 전에 우리가 무수히 보았던 바로 그 붉은, 빛나는, 둥근 못 머리였습니다.
아이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선생님이 잊지 말라고 했던 그 불, 그 달구어진 쇠의 빛깔을 말입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다시 그 날의 의미가 가슴에 새겨집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는 저보다 더 깊은 이해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아름다운 못들이 태어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원형적인 직선과 곡선이 새겨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욱이 아버님께서 이 못을 고정시키고 글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나무를 잘라 보내주셨습니다.
그렇게 하고 보니 하나의 작품같은 못들이 되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말 추운 날이었는데도 웃으며 아이들의 작업을 도와주신 해성, 시훈 어머님.
그리고 최옥경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안전을 위해 불 옆에서 쇠를 달구는 일을 맡았기에 추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하나하나의 작업을 모두 일일이 지도해주신 화성공장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나 힘드셨는지 이 날을 끝으로 이런 일은 안 하시겠다고...

그리고 병목이에게도 특별히 감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일찌감치 무심코 달구어진 쇠를 만져 손가락을 데는 바람에
모든 아이들이 바짝 긴장하여 주의력을 발휘해주어
그 뒤로는 아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병목이는 추위 속에서 다친 손가락을 얼음물에 담근 채
고통을 참아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모든 경험은 아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3학년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은 조금 더 3학년에 머무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던 시간들이었다고 말입니다.
4학년은 왠지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이지요.
돌아보면 무척이나 힘든 시간들이었고 짜증도 투정도 많이 부렸던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나 봅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별로 기대하지 않는 4학년이니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아, 또 이렇게 아이들은 저를 자극하고 준비시키는군요.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3학년을 마무리하는 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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