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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아래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

2011.10.26 22:24

김혜정 조회 수:1923


사랑은 상상력에도 자양분을 대어준다. 그러나 현우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아이는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우의 엄마 역시 그런 아이였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부모가 되어서도 사랑을 표현할 힘이 없다.


  새로운 힘


  그러나 도키오는 아버지와 형이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자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으로부터 벗어나 포치와 함께 날아가 버리려 한다. 용의 등에 올라타고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 엄마에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용이 힘껏 머리를 곧추세웠다. 초록빛 비늘에 잔물결이 일었다.


날개가 위아래로 오르내릴 때마다 바람이 일었다. 엄청난 바람이었다.


도키오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굉장히 세찬 바람과 함께 날개가 크게 퍼덕이더니, 용은 단숨에 옥상 울타리를 넘어 날아올랐다. 마치 기류를 탄 것처럼.


그 뒤를 좇아 도키오가 뛰기 시작했다. 도키오의 가느다란 다리가 옥상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간다.


아버지가 도키오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소리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동생은 이제 돌아보지도 않는다. 뛰어가는 도키오의 목적지는 납빛으로 탁하게 빛나는 옥상 난간.


아버지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도키오를 쫓아간다.


나는 쇠사슬에 단단히 붂인 듯 손발이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도키오가 난간에 손을 걸쳤다.


하늘에서는 기류를 탄 용이 어서 와, 어서 와.”하고 손짓하고 있다.


뛰어내릴 셈이냐!”


아버지가 고함쳤다.


아니에요!”


나도 소리쳤다.


저 녀석은 포치의 등에 타려는 거예요!”


도키오가 포치의 등에 타기 전에, 도키오가 날아가 버리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나는 완전히 사라져 가는 의지를 가까스로 모두 그러모아 나를 묶고 있던 쇠사슬을 뿌리쳤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단숨에 아버지를 앞질러, 난간으로 기어 올라가는 동생의 바로 밑에까지 따라붙었다. (107-109)


  다카시는 이제야 비로소 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도키오가 자기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절박하게 깨닫는 순간 다카시와 도키오는 하나의 세계로 통합되었던 것이다. 이제 도키오는 다른 세계로 떠나갈 필요가 없다. 아버지와 다카시, 도키오는 용과 함께 살기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간다.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다카시는 학교에서 열심히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엄마와 아빠가 현우를 소아정신과에 데려가는 문제로 싸우고 있을 때 현우는 자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를 죽여 버리고 싶어 한다. 혼자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리 지르던 현우를 엄마가 안아주었다. 현우는 엄마 품에서 잠이 든다. 그 뒤로 소아정신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 현우에게는 친구도 생기고 삶도 생겼다. 아빠와 엄마도 함께 치료를 받으며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러면서 새롭게 관계를 맺어나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모든 일이 잘 해결되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쉽게도 이 이야기는 생기가 없다. 그것은 현우 자신으로부터 문제가 풀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깊은 병이 든 현우를 주위 어른들의 도움으로 고쳐보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들은 단지 스스로에 대한 수동적인 인상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실의 아이들이 얼마나 깊은 병이 들어가고 있는지를 그려내면서도 아이들 자신에게는 그것을 해결할 힘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사실적인 작품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이미 어린 시절에 날개가 다 뜯겨진 채로 무력한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키오는 다르다. 아직 어린 아이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병이 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지 어른들의 견해일 뿐이다. 도키오의 날개는 뜯겨지지 않았고 점점 더 튼튼한 날개로 자라났다. 도키오가 가진 상상의 힘이 다카시와 아버지를 변화시켰고 그들에게도 날개를 달고 싶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그 힘은 저절로 지켜지지 못한다. 보호받지 못한다면, 사랑받지 못한다면 많은 아이들이 병에 걸리고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시달릴 것이다.


  꽃이 진다


  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꽃잎들이 하늘거리며 피어날 때 우리는 정말이지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피기도 전에 꽃이 진다. 지고 있다.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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